[르포] "물은 빠졌지만…어디서부터 손 봐야 할지 막막" 눈물
[르포] "물은 빠졌지만…어디서부터 손 봐야 할지 막막" 눈물
  • 와리스뉴스
  • 승인 2020.08.1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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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범람으로 삶의 터전인 비닐하우스 침수피해를 입은 이근호씨(43)가 13일 진흙탕으로 변한 자신의 오이 시설 하우스 내부를 가리키고 있다.

"물이 빠지고 다들 복구한다고 부산한데 우리 비닐하우스는 아직도 진흙탕 그대로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13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지구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한 주민은 쓰레기로 뒤엉켜 폐허가 된 터전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곳은 섬진강 범람과 서시천 제방 붕괴로 양정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고, 농경지의 시설하우스도 모두 누런 황토물을 뒤집어썼다.

구례로(路)에서 연결된 좁은 농로길을 따라 좌우에 들어선 비닐하우스는 양정지구 전체에 68동이 있으며 면적은 19㏊에 달한다.

이곳에서 만난 이근호씨(43)는 어머니와 아내, 5살짜리 딸을 둔 가장으로 3년째 오이와 호박 등의 농사를 짓고 있다.

이번 홍수에 오이와 호박 등을 재배하는 시설하우스 3동이 모두 침수피해를 입으며 일년 농사를 망치게 됐다.

또 비닐하우스 옆 작업동에 있는 트랙터를 비롯한 각종 농기계, 음식을 조리하는 도구 등이 못쓰게 돼 버려야 했고, 하우스마다 설치된 고가의 무인농약살포기 6대도 고장났다.

그는 "8일 새벽 일찍 하우스에 나와 일을 하던 중 오전 8시 이후 물이 차기 시작했고, 1시간 뒤에는 이 지역 일대가 모두 물에 잠겨버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는 급한 마음에 하우스에 들어가 내부 시설을 점검하고 싶지만 뜨거워서 들어갈 수도 없다.

비닐하우스의 양 옆을 걷어올려주는 전동식 환기시설이 침수돼 작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그야말로 한증막이 따로 없다.

실제 폐허가 된 비닐하우스의 환기구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바깥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는 10월 중순 오이 모종을 심고 12월에 수확을 하지만 올해는 모종을 심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를 위해 홍수 직전 바닥을 갈고 밑거름을 주는 작업까지 마쳤지만 헛수고가 되며 이중의 피해를 입었다.

모종 시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당장 물에 잠겨 진흙에 찌든 비닐을 걷어내야 하고 뒤틀린 하우스 구조물을 보수해야 한다. 여기에 바닥 진흙 제거 등의 작업을 하려면 매일 20~30명의 인원이 필요하지만 일손도 구할 수 없어 막막한 처지다.

인근 마을에서 군인들이 일을 하는 것을 보면서 좀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더 급한 처지의 사람의 돕는 것 같아 애만 탄다.

이씨의 어머니가 경영하는 비닐하우스 4동도 이번 홍수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너진 서시천 제방 밑에 위치한 탓에 거센 물살에 휩쓸렸다.

이씨의 비닐하우스 건너편은 다른 하우스에서 떠내려온 기름통의 기름이 하우스에 쏟아지며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하는 상황이다.

그는 "복구작업을 마치고 새로 농사를 지으려면 최소 2~3달은 걸릴 것 같은데 당장 일손도 없고, 비용도 막대해 농사지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당장 시급한 것은 외부의 인력지원"이라고 말했다.

근처 농경지 8200㎡에서 철쭉 농사를 짓는 장상근씨(50)도 이번 홍수에 애지중지 키우던 작물이 모두 침수피해를 입었고, 절반 정도의 철쭉은 뿌리가 썩어 죽어가고 있다.

자신의 작업장에서 고압세척기를 이용해 농기계를 청소하느라 땀으로 범벅이 돼 있던 그는 "그나마 나는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이웃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분들은 아예 복구도 시작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섬진강 범람으로 막대한 침수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군 구례읍 일원에서 닷새째 복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양정지구의 비닐하우스들은 13일 현재 아직도 쓰레기에 뒤엉킨 상태에서 복구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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