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국회 가면 세종시가 수도 아닌가…천도 논란 '점화'
청와대·국회 가면 세종시가 수도 아닌가…천도 논란 '점화'
  • 와리스뉴스
  • 승인 2020.07.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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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세종시 국회 예정 부지에 고라니들이 먹이를 먹고 있다.

"결국 신행정수도의 이전은 우리나라 수도의 이전을 의미한다"(헌재 2004년 10월 21일)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수도로서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헌재 2005년 11월 24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과 2005년 각각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에 대해 상반된 결정을 내렸다. 신행정수도는 위헌 결정을 한 것과 달리 행정중심복합도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새로 건설될 도시의 청사진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헌재 결정도 달랐다. 여권이 최근 제기한 행정수도도 그 구체적 모습이 무엇이냐에 따라 법적, 정치적 반향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당시 두 개의 결정 사이를 관통하고 있는 단어는 '관습헌법'이었다. 서울은 헌법상 수도라고 명기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사실은 조선시대 이래 600여년간 우리나라에 전통적으로 존재해 온 관습헌법"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수도가 맞다는 게 당시 헌재의 판단이었다.

판결만 놓고 본다면 헌재는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수도 이전'이라고 본 것이고, 후자인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는 특정한 기능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도시 중 하나라고 해석한 것이다.

◇김태년 '행정수도 완성' 목표 제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제시한 것은 '행정수도 완성'이다. 지금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즉, 세종시는 아직 완성이 아닌 미완에 그친 도시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무현 정부에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은 당시 '신행정수도'라는 말을 사용했다. 행정수도에 이전하기로 한 행정부 등 국가기관만 73곳에 달했다. 당시에는 청와대를 포함했지만, 국회와 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헌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11개의 헌법기관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체적으로 이전 계획을 판단하라고 여지를 남겼다.

73개 기관의 이전 대상 인원만 1만8000명이었고, 2004년 기준으로 이전에 필요한 비용은 3조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나머지 재원은 기존 청사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이는 애초 계획했던 85개 기관, 2만3614명보다 규모가 다소 줄어들었다. 야당이 제기한 '천도' 논란을 최대한 피하고자 자구책으로 규모를 줄인 것이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국회 이전을 제시하며 행정수도 완성이라고 표현, 과거보다 더 큰 규모의 이전 계획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행정수도 완성은 역사적 필연, 수도권과밀현상 해소해야"한다고 밝혔다.

 

 

◇청와대ㆍ국회 이전 시 수도 이전 논란 다시 부상 될 듯

김 원내대표가 제시한 행정수도에는 청와대와 국회 이전이 포함된다. 이는 2004년과 2005년 헌재가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던 수도의 기능 해체 판단 쟁점과 맞물려 있다.

당시 헌재는 행복도시특별법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유를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된다고 하더라도 국회와 대통령은 여전히 서울에 소재하고, 정보통신의 발달로 장소적으로 떨어진 불편이 충분히 극복될 수 있어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어떠한 지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주요 기관이 여전히 서울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서울에 남아 있는 기관들만으로도 국가의 대내외 정책에 관한 최종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해 국가 전체를 조직 또는 통제할 수 있으므로 서울은 여전히 정치ㆍ행정의 중추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과 입법, 사법 시스템이 그대로 서울에 남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판결이다.

청와대와 국회까지 이전하게 되면 수도 이전 논란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야당이 '천도'라는 단어를 다시 끄집어낸 것도 이 때문이다.

◇헌재 정면 돌파 자신한 듯

여당은 헌재의 인적 구성이 달라진 만큼 이번에는 다른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시대 경국대전까지 꺼내 들었던 헌재의 논리도 세월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론도 노무현 정부 시절과 다르다는 점이 여당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2004년 6월 9일자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는 찬성이 47.5%로 반대 43.3%보다 다소 높았고, 한국갤럽의 16일 조사에서는 반대가 48%로 찬성 46.2%보다 많았다. 두 조사 모두 오차범위 내로 당시 국민들은 신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찬반이 팽팽하게 갈린 셈이다.

이와 달리 김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완성 발언 직후인 지난 21일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내용은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는 행정수도 찬성이 53.9%로 반대 34.3%보다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관계자는 "행정수도에 대한 국민 여론이 과거와 크게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현재의 서울에 대한 국민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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