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꺼낸 '192시간' 국회의 추억…필리버스터가 뭐길래
한국당이 꺼낸 '192시간' 국회의 추억…필리버스터가 뭐길래
  • 와리스뉴스
  • 승인 2019.11.2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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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 국회의장 민생외면 국회파탄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1.29

 4년 9개월여 만에 국회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이 접수됐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자유한국당이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29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필리버스터 제도는 국회 내 다수파인 여당이 쟁점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 진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제헌의회 때 규정됐다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사라졌다. 이후 2012년 국회선진화법(국회법)이 도입되면서 39년 만에 부활했다.

국회법 제106조2에 따르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본회의 개의 전에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토론할 의원이 더는 없거나, 재적의원 3분 1 이상이 종결 동의서를 제출하고 재적의원 5분의 3이 무기명 투표로 종결에 찬성하면 무제한 토론이 끝난다.

무제한 토론을 하던 중 회기가 종료되면 해당 법안은 자동으로 다음 회기 첫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 민생파괴! 국회파괴! 자유한국당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이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에 불참한 채 자유한국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2019.11.29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첫 필리버스터는 2016년 2월 23일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진행됐다. 43년 만의 필리버스터였다.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이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자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

민주당 의원을 주축으로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을 포함한 38명의 의원이 9일간 192시간 넘게 발언을 이어가 세계 최장기록을 세웠다.

첫 테이프를 끊은 김광진 민주당 의원은 5시간 32분 동안 발언해 1964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시간 19분 기록을 깼다.

역대 최장 발언 기록은 마지막 주자였던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12시간 31분 기록이다.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야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일 마무리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달 23일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새누리당이 제출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지 9일 만이다. 9일동안 38명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진행했다. (첫번째줄 왼쪽부터) 김광진, 문병호, 은수미, 박원석, 유승희, 최민희, 김제남, 신경민, 강기정, 김경협, (두번째줄 왼쪽부터) 서기호, 김현, 김용익, 배재정, 전순옥, 추미애, 정청래, 진선미, 최규성, 오제세, (세번째줄 왼쪽부터) 박혜자, 권은희, 이학영, 홍종학, 서영교, 최원식, 홍익표, 이언주, 전정희, 임수경, (네번째줄 왼쪽부터) 안민석, 김기준, 한정애, 김관영, 박영선, 주승용, 정진후, 심상정, 이종걸 의원. 2016.3.2

200자 원고지 1만9014장, 363만자(띄어쓰기 포함) 분량의 회의록을 남긴 2016년의 필리버스터는 '총선용', '국회 협상 부재 결과'라는 비판과 '민주주의 축제'라는 호응을 동시에 얻기도 했다.

필리버스터를 시청하려는 시민들 때문에 '국회방송' 시청률이 높아지고, 젊은 층과 가족 단위 방청객이 본회의장을 찾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MBC의 1인 인터넷 방송 예능프로그램 '마리텔(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빗댄 '마국텔(마이 국회 텔레비전)'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발언 시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진풍경도 펼쳐졌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은 헌법 전문, 소설, 판결문은 물론이고 테러방지법과 관련한 댓글을 읽기도 했다.

필리버스터가 길어지며 의원들끼리 노하우도 전수됐다.

"발바닥이 아팠다"는 첫 주자 김광진 민주당 의원의 조언으로 이후 추미애·정청래 민주당 의원, 박원석 정의당 의원 등이 운동화를 신고 단상에 올랐다. 발언 시간을 몰라 당혹스러울 시 "좌우를 번갈아보며 시계를 보면 된다(최민희 민주당 의원)"는 노하우도 등장했다.

여야를 뛰어넘는 감동적인 장면도 있었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발언자들을 위해 발판을 설치했다.

사실상 공천 배제를 통보받은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눈물을 훔치며 연설 말미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노래하고 내려오자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나와줘서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법 개정 이후 처음 운용되는 필리버스터이니만큼 선례를 만들어나가기도 했다.

이석현 당시 국회부의장은 국회법에 필리버스터 도중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과 관련된 규정이 없다는 문제의식 하에 몇몇 의원들에게 "화장실을 다녀오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실제로 안민석 의원은 "지금 생리현상이 급하다. 화장실을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한 뒤 화장실을 다녀와 관련 선례를 남겼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마친 뒤 의원들과 포옹하고 있다. 이날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 발언으로 국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국내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2016.2.24

한편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카드'에 대항해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해 29일 본회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본회의는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할 수 있어 한국당 의원(108명)만으로도 본회의를 개의할 수 있는 의사정족수는 되지만,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의결정족수(148명)를 채운 뒤 개의하는 것이 관례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의결정족수를 채워야만 본회의를 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오늘 본회의가 무산돼 새롭게 (필리버스터를) 신청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추가 필리버스터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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